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더불어민주당이 꺼내든 쇄신안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선거전략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실무형·초슬림 선거대책본부를 가동하며 현역 의원들의 ‘하방’을 독려하고 있으니 민주당 따라하기식 쇄신은 불필요하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26일 “최근 임명직 포기를 선언한 ‘7인회’는 결국 ‘이핵관’(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아니냐”며 “이들 이핵관 대부분은 경기도에 연고를 뒀고,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이 후보를 지원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후보가 그들에게 빚이 있는 것인데, 윤 후보는 누구에게 빚진 게 없기 때문에 인위적인 쇄신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상황이 이 후보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민주당발 쇄신안에 대해 특별한 대응방안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이 후보 측근 모임인 7인회는 지난 24일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에선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선대본부를 떠난 상태다. 당 관계자는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은 이미 정리된 것 아닌가”라며 “우리는 쇄신을 끝낸 상태”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앞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고 선대위를 해체하면서 실무형 선대본부를 꾸렸다. 선거조직 규모를 줄임에 따라 일부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 의원은 ‘하방’해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PK(부산·경남)지역 한 초선 의원은 “주말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대부분 지역구에 머물면서 당원 및 지지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정권교체 의지를 강조하면서 하방 기조도 재확인했다. 윤 후보는 “원내외 당협위원장 여러분은 지난 5년간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당을 굳건히 지켜왔다”며 “여러분의 용기와 힘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당협위원장들이 지역에 복귀해서 설 연휴 전까지 지지율을 바짝 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이날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며 야당의 동참을 촉구한 데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필승결의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이 하는 걸 네거티브라고 한다”며 “합리적이고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정부 최고의 의사결정자가 될 후보를 검증하는 건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검사 재직 시절 삼부토건으로부터 17차례 명절 선물을 받고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에 관해선 “그 (선물) 장부에 대해서도 참 의심스럽다”며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 10년 이상 만난 적도 없고 교류를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새 정부 출범 1년 내 책임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가채무를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금 상태를 방치해 우리 자녀와 미래세대에게 빚더미만 물려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구승은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