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을 수사 중인 성남지청에서 현직 차장검사가 돌연 사의를 표해 논란이 일자 김오수(사진) 검찰총장이 경위파악을 지시했다. 수사팀의 보완수사 요구를 윗선인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거듭 불허하자 박하영 차장검사가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규명하라는 것이다.
김 총장은 26일 박 차장검사의 사직 경위와 박 지청장의 수사방해 의혹 등의 전후 사정을 파악하라고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지시했다. 박 차장검사는 전날 사직서를 내고 검찰 내부망에 “더 근무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 봤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는 글을 올렸다. 사의 배경에 대해서는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사표를 냈다는 차장검사와 지청장의 견해 차이가 있었다”며 내부 갈등설을 사실상 시인했다. 박 장관은 다만 “수사 결론에 대한 견해 차이는 아니고, 보완 수사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로 안다”고 덧붙였다.
성남FC 의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2015~2017년 성남FC 구단주를 맡으며 6개 기업에서 광고비 등 명목으로 약 160억원을 후원받고, 이후 인허가 등에서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성남지청 수사과와 경찰 모두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고 지난해 9월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이에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해 다시 성남지청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차장검사는 성남FC 사건을 맡은 형사1부와 함께 경찰 사건기록 등을 검토한 뒤 박 지청장에게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다고 한다. 특히 수사팀은 42억원을 후원금·광고비 등 명목으로 낸 두산건설의 병원부지 용도 변경 과정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에 대한 소환 조사 필요성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박 지청장이 보완수사 건의를 거부하며 사실상 무혐의 종결을 유도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성남지청은 “보완수사 요구를 막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박 차장검사는 주변에 사직 소식을 전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해당 수사를 이끄는 형사1부장과 주임검사 등을 보호하기 위해 본인이 다 안고 가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박 차장검사는 국민일보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 후보의 대학 후배이자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 지검장이 이 사안을 제대로 조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