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표하는 KBS교향악단의 존재감 알릴 것”

입력 2022-01-27 04:06
KBS교향악단의 제9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피에타리 잉키넨이 26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악단에서 선물 받은 지휘봉을 들고 있다. 청바지에 라운드 티셔츠, 검은색 재킷 차림으로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젊은 지휘자답게 열정적으로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 국제무대에 존재감을 알리고 싶습니다. 특히 북한에 음악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KBS교향악단 제9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피에타리 잉키넨(42)은 26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올해부터 3년간 KBS교향악단을 이끄는 잉키넨은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BS교향악단 측은 세계로 포효하는 교향악단으로 이끌어달라는 의미를 담아 호랑이가 새겨진 명패와 지휘봉을 잉키넨에게 선물했다.

잉키넨은 최근 세계 클래식계를 휩쓰는 ‘핀란드 지휘자 군단’ 가운데 한 명이다. 세계적인 지휘자 양성소인 헬싱키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출신인 그는 도이치 방송교향악단, 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도 맡고 있다.

“명지휘자인 고 마리스 얀손스는 자신이 음악감독이었던 오케스트라들의 협업을 종종 진행했었는데요.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저 역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과 유럽의 작곡가들에게 공동으로 작품을 의뢰해 합동으로 공연하거나 한국 또는 유럽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2006년 객원지휘자로 KBS교향악단과 처음 인연을 맺은 잉키넨은 2008년과 2020년까지 3차례 협연했다. 그는 “KBS교향악단과 연주는 즐거웠다. 깊이 있는 음색과 변화에 능숙한 편이다”면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아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오케스트라는 팀워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교감을 통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국 교향악단의 장점을 잘 활용해 더 많은 청중과 만나고 싶다.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잉키넨은 이날 차세대 한국 지휘자 양성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운이 좋게도 어릴 때부터 핀란드에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접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KBS교향악단에 지휘 아카데미를 만들어 지휘자를 양성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요엘 레비, 드미트리 키타옌코 등 KBS교향악단 역대 지휘자를 명예지휘자로 위촉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이분들이 KBS교향악단의 공연을 지휘하는 한편 아카데미에서 차세대 뮤지션을 길러내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잉키넨은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의 올해 첫 정기연주회로 취임 연주를 선보인다. 올해 12번의 정기연주회 중 6번을 지휘할 예정인 그는 취임 첫해에는 핀란드의 거장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자주 선보일 계획이다. 첫 정기연주회에는 시벨리우스의 ‘카렐리아 서곡’과 ‘레민카이넨 모음곡’을 들려준다. 협연자로는 201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가 나선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