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실종자 신체 확인… 이번에도 구조견 ‘소백’이 찾았다

입력 2022-01-27 04:04
인명구조견 ‘소백’이 26일 김성환 핸들러와 함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전날 붕괴건물 27층에서 두 번째 매몰자를 발견했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지난 25일 오후 두 번째로 발견된 실종자의 신체 일부와 머리카락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이 실종자는 사고 당일인 지난 11일 29층에서 일하다가 무너져 내린 잔해더미에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구조 당국은 붕괴한 201동 건물 27층의 2호실 안방 위치 위쪽 잔해물 속에 혈흔과 함께 묻혔던 작업복에서 실종자 신체 일부와 머리카락 등을 추가 확인했다.

전날 두 번째로 발견된 실종자는 지난 14일 첫 번째로 발견된 실종자와 마찬가지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인명구조견 9살 래브라도레트리버 수컷 ‘소백’이 처음 흔적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경력 7년차의 베테랑인 소백은 지난 14일에도 3살 독일산 셰퍼드 ‘한결’과 실종자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구조 당국은 소백이 25일 무너진 공간을 기어들어가 석고벽 쪽을 향해 크게 짖었고, 구조대원들이 등산용 피켈로 작은 구멍을 뚫고 들어가 주변 잔해를 제거한 뒤 안쪽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33) 구조견 핸들러는 “처음 27층에 간 날은 위험요소가 많아 함부로 뚫거나 넘어갈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약한 반응을 보인 지점만 표시했는데 이번에는 소백이가 큰 반응을 보여 부수고라도 안쪽을 확인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중 때문에 벽이 휘어져 있어 빨리 나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종자분이 안에 있고 너무 늦게 발견해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어 그냥 나올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24시간 수색체제로 전환한 중수본은 이날 27층 2호실 주변 상층부에 지지대를 설치한 뒤 철근을 잘라내고 콘크리트 더미를 치우는 등 진입로 확보 작업을 벌였다. 실종자 수습을 위한 사전작업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파편 등 대형 잔해가 쌓여 있고 60~70m 높이의 낭떠러지가 가까운 데다 붕괴 이후 철근과 콘크리트 반죽이 뒤엉켜 굳는 바람에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수본은 이날 다른 실종자가 함께 매몰됐을 가능성에 따라 인명구조견에 이어 경찰의 증거체취견을 새로 투입했다. 또 소형 굴착기를 동원한 콘크리트 제거 작업도 병행했다. 중수본은 201동 승강기 설치 공간에 구조인력과 장비 운반을 위한 호이스트(건설용 리프트)를 별도 설치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공사부장, 안전관리 책임자 등 직원 6명을 포함한 관련자 11명에 대한 경찰의 소환조사도 시작됐다.

경찰은 201동 공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콘크리트가 굳기 이전 지지대 역할을 하는 37~38층 동바리를 서둘러 철거하고 배관·설비 공간 피트층 역보(역T자 모양 받침대) 7개를 무단 설치한 게 사고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 사고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밝혀내고 책임자를 가려내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