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주민에게 사랑 담은 설 선물

입력 2022-01-27 03:03
김태영 한국교회봉사단 대표단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열린 ‘2022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설날 사랑 나눔’에서 한 주민에게 한과 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여든 살을 넘겼을 것으로 짐작되는 할아버지였다. 설을 앞두고 쪽방촌 주민에게 명절 선물을 전하는 행사에서 이 할아버지는 주민등록증 2개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자신의 것, 나머지 하나는 병원에 입원 중인 아내의 것이었다. 그가 주민등록증을 2개나 제시한 이유는 간단했다. 쪽방촌 거주자임을 증명하면서 아내 몫의 선물까지 챙기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던 곳은 26일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함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개최한 ‘2022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설날 사랑 나눔’ 행사였다. 한교봉 대표단장 김태영 목사는 “선물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아내의 주민등록증까지 갖고 나온 어르신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멋진 호텔들과 쪽방촌이 마주하고 있는 동자동은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곳”이라며 “쪽방촌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덜 쓸쓸한 설을 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행사에는 서울숲교회(권위영 목사) 성도들을 비롯해 20여명이 봉사자로 나섰다. 선물을 나눠주는 쪽방촌 골목엔 행사 시작을 1시간 앞둔 오후 1시쯤부터 선물을 받으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민 이모(64)씨는 “명절 때마다 선물을 받고 있다”며 “주민들이 쓸쓸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시기인데, 이런 행사 덕분에 위로를 받게 된다”고 했다.

한교봉은 2011년부터 매년 설과 추석, 성탄절이 다가오면 쪽방촌을 찾아 사랑을 전하고 있다. 한교총은 2018년부터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주민들에게 한과 500상자를 선물했다. 27일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해 명절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