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빅테크 기업 “제2 성장동력은 게임산업”

입력 2022-01-27 19:01

빅테크 기업들이 게임 산업을 선점하려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정보기술(IT) 공룡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등으로 유명한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품에 안으면서 뉴스의 중심에 섰다. 빅테크 기업의 게임사 인수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으나 MS가 이번 인수합병에 687억 달러(약 82조원)를 쓰며 IT 산업계 역대 최고 금액의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 산업의 사뭇 달라진 위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소식을 깜짝 발표하며 “게임은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플랫폼”이라고 추켜세웠다. MS는 ‘엑스박스’라는 콘솔 게임 기기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해왔다. 근래엔 월 7900원만 내면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게임 패스’를 출시해 콘솔 마니아들의 시선을 끌었다. 게임 패스에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 블리자드 인기 게임이 입성하면 골수 게이머 팬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델라 CEO는 본래 게임 산업에 그다지 좋은 시선을 지닌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몇 년 새 그의 인식은 확연히 바뀌었다. 게임 산업이 규모 면에서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은 다양한 기술과 유기적으로 융합 가능한 팔색조 매력을 지닌 콘텐츠 산업이다.

빅테크 기업들의1 ‘덩치 부풀리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이들이 경쟁적으로 차기 성장동력으로 게임이라는 무기를 쥐려고 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게임은 어느 방향으로든 가지를 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녔다.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나델라 CEO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수십년 전부터 게임 세계엔 메타버스 개념이 풍부하게 내재돼 있었다. 게이머에게 게임은 제2의 삶과 같다. 그리고 게임 속 사회는 실제 삶보다 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게임 산업은 메타버스뿐 아니라 대체불가토큰(NFT), 인공지능(AI), 5세대 통신(5G),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을 주도하는 IT 기술들과 널찍하게 접촉면을 맞대고 있다. MS는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주력 사업인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er)’를 한층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 상당수 IT 기업들도 게임을 통해 자신들의 기술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추세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에 특히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 21세기를 수놓은 대작을 다수 보유한 게임사로 상징적인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오랜 역사의 ‘마블’을 세계관(유니버스)으로 엮어 미증유의 히트를 친 경험이 고스란히 ‘블리자드 세계관’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