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실종자 흔적 발견… 내시경 통해 혈흔·작업복 확인

입력 2022-01-26 04:03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발생 보름째인 25일 오후 구조대원들이 건물 30층에 쌓인 잔해물을 제거하며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발생 보름째인 25일 추가 실종자로 추정되는 형태가 발견됐다.

광주시와 소방본부 등이 참여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오후 5시 30분쯤 붕괴사고가 난 201동 27층 2호실 안방 인근에서 혈흔과 함께 작업복을 입은 실종자 흔적이 처음 발견됐다.

구조대원들은 오후 6시 40분쯤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통해 관측하는 과정에서 실종자 흔적을 확인했다. 다만 실종자를 아직 밖으로 수습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27층은 28층까지 2개 층에 걸쳐 콘크리트 잔해가 쌓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거실과 안방 공간 천장이자 바닥 면 콘크리트 판상 구조물인 슬래브도 겹겹이 내려앉아 있고, 그 위로 철근 등 잔해와 콘크리트 반죽이 엉켜 굳어 구조대원이 직접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구조는 철근 절단과 진입로 확보 등 사전 작업을 마쳐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 안모 대표는 실종자 단서가 나온 27층 특정 지점에 실종자들이 함께 매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안 대표는 브리핑 직후 기자들에게 “새로운 단서가 발견된 27층 2호실과 1호실 중간 지점에 다수 실종자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 당국의 안내로 여러 차례 내부를 살폈지만 1호실 쪽에서 실종자를 추가로 발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책본부 관계자 역시 “잔해물이 쌓여있어 구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책본부는 현재 잔해물이 많아 위험한 상황인 만큼 구조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붕괴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경찰청수사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상층인 39층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설치됐어야 할 동바리(지지대)를 HDC현대산업개발 2공구 현장담당 직원 지시로 철거했다는 하청사 직원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1일 사고 당시 39층 바닥 바로 아래 PIT층(배관·설비 층)과 38층, 37층에 수직 하중을 받쳐줄 동바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먼저 제거된 37층 동바리가 이틀 뒤 크레인을 통해 지상으로 하역되고 38층 동바리 역시 지난 8일 해체 직후 지상으로 내려졌다는 것이다. 제거된 2개 층 동바리는 39층 콘크리트 타설 때 다시 설치해야 하는 데 설치되지 않았다.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시방서는 30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때 콘크리트 타설 공정 아래 3개 층은 동바리 등 지지대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201동 39층 바닥 높낮이가 3개 구역으로 구분된 점을 중시하고 있다. 헛보(임시보)가 설치된 곳은 무너지지 않았고 역보(역T자형 옹벽) 7개를 댄 부분만 붕괴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바로 아래에 위치한 PIT층 기준 높이는 1.5m지만 야외정원 등이 설치될 동쪽 구역은 35~60㎝ 더 낮아지도록 설계됐다. 구조 변경을 거쳐 두께가 35㎝로 바뀐 PIT층 천장 슬래브를 감안할 때 동쪽 PIT층은 높이가 1m 정도에 불과하다.

경찰은 이로 인해 동바리 등 수직 지지대를 설치하기 어려워진 골조 하청사가 역보를 동쪽 PIT층 내에 설치해 타설 공정 중인 슬래브 하중을 지탱하려 했다가 붕괴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