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반성’과 ‘쇄신’을 외치며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 정체 상태를 벗어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25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민주당 때문에 3월 9일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3곳(서울 종로·경기 안성·충북 청주 상당)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전날 이 후보 측근 의원모임인 7인회가 ‘임명직 포기’ 선언을 한 데 이어 송 대표가 쇄신안을 발표함에 따라 이 후보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내에서는 86용퇴론이 연쇄적으로 분출하느냐에 쇄신안의 성공이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가평철길공원에서 “존경하는 송 대표께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정치인에게 국회의원직이란 것은 거의 전부라고 해야 된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는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상태를 타개할 마땅한 수가 없다는 진단이 작용했다. 최근 민주당 선대위 내에선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자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 후보의 선거전략 기조 변화를 두고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과감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립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당 혁신위와 전략기획본부 측에 ‘강력한 정치개혁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당 혁신위는 장시간 회의 끝에 86세대 용퇴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86세대 용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내 세대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세대균형공천제’와 차기 지도부 선출시 대의원의 의결권 비중을 낮추고 당원 및 국민의 의결권은 높이는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 그 책임은 오롯이 86세대에게 가지 않겠느냐”며 “대선 승리의 마중물로 86세대에게 명예롭게 퇴진의 길을 열어주자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재보선 지역 3곳에 무공천 방침을 정한 것도 반성 기조의 일환이다. 민주당 서울시당이 최근 서울 지역 의원들에게 전달한 ‘서울시 유권자 정치 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에는 “이벤트나 현란한 공약보다 반감과 불신의 원인 제공에 대한 자성의 메시지가 효과적”이라는 진단이 담겼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4·7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때 후보를 내서 참패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86그룹에서 조금 더 (용퇴)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은 다른 분들 얘기가 없다”며 “개별 의원에게 여러 단위로 (불출마를) 타진하고 있다고 한 만큼 연쇄적으로 용퇴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86세대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86그룹 대표 격인 우상호 의원은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기반을 만든 86세대 의원들에게 대선을 이유로 용퇴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선대위를 앞세워 당내에서 ‘마이너스 정치’를 하고 있다”며 “중진 및 86그룹 입장에선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죄인으로 만드느냐’는 반발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