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T 가드’ 내린 채 맞는 첫 대유행… 사회필수기능 마비 우려

입력 2022-01-26 04:03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저녁 시간 대임에도 길게 줄을 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9218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일각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낮은 중증화율을 근거로 낙관론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강하다. 정부 주도 방역 조치라는 ‘가드’를 상당수 내린 채 맞는 첫 유행이기 때문이다.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6일부터 백신 접종을 미완료한 재택치료자는 7일간의 건강관리 이후 3일의 ‘자율격리’를 추가 시행한다. 최종균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그동안 500만명 정도의 격리자가 있었지만 이탈률은 0.1%에 불과했다”며 “3일간은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도 집에 자율적으로 머물러 주실 것으로 믿고 정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자율격리는 가급적 격리를 해 달라는 권고 내지 당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강제성은 있는데 위반 여부를 감시하진 않는다. 자율격리자도 일반적인 자가격리자와 마찬가지로 재난이나 응급의료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주거지를 벗어날 시 고발 조치 대상이 되지만 일반적인 자가격리자처럼 전담 공무원이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으로 소재를 파악하진 않는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오미크론 대응 단계에선 국민 참여에 따라 방역 성과가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뜻한다. 26일 광주, 전남 등지에 시범 적용되는 새 진단검사 체계도 마찬가지다. 저위험군이 당국의 역학조사·진단검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자발적 주의 없이는 얼마든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오미크론 대응 전략이 도입되며) 다소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다”며 “국민의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와 예방접종이 동반돼야 작동할 수 있는 체계”라고 강조했다.


우려는 이처럼 3T(추적·검사·치료)를 완화한 상태에서 지역사회 확진자가 얼마나 폭증할지 예상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통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데서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껏 (유행을) 잘 관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해당되는 수단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고, 남는 건 거리두기 강화뿐인데 그나마도 (과거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며 “다른 곳보다 우리나라나 호주, 일본이 훨씬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증·사망자가 급증하지 않으리라 낙관할 수도 없다. 백신 미접종자나 고령층에겐 오미크론도 무시 못 할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요양원·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과 아직 300만명가량 되는 성인 미접종군에 중증환자가 몰릴 것”이라며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필수기능 마비도 우려된다. 당장 코로나19 대응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만 해도 최근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누적 27명의 직원이 확진되면서 업무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외국처럼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해 빨리 유행이 꺾이는 시나리오는 국내엔 맞지 않고 위험성이 있다”며 “의료체계 과부하 및 중증·사망을 최소화하며 전환기를 넘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