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에서 무죄로… ‘요양병원 개설·운영 관여’ 모두 불인정

입력 2022-01-26 04:0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은순(사진)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그가 ‘요양병원 개설과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의 여부를 놓고 실형에서 전부 무죄로 180도 뒤집혔다. 1심은 “최씨가 요양병원 개설과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고 본 반면 2심은 “최씨가 개설·운영에 공모했다거나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씨 측은 무죄 선고 이후 “애초 이 사건은 정치인들이 고발한 사건으로 그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흔들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요양병원이 사실상의 사무장 병원에 불과한지’ ‘그렇다면 최씨가 정확히 어느 기간 어느 분야에서 공모 가담을 했는지’를 주요 논점으로 제시했었다. 지난해 8월 재판부는 최씨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1심 판결에 최씨의 공모 및 가담 여부가 명확히 판단돼 있지 않다” “일부 증거조사가 잘못됐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1심은 최씨가 병원에서 행정원장으로 근무했던 사위 유모씨를 통해 병원 업무에 깊이 개입했다고 봤다. 유씨가 직원들의 채용면접에 참여하는 등 내부에서 영향력이 있었고, 최씨가 이에 관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최씨가 병원 장비 구입에 관여하고,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한 적이 있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유씨의 근무기간이 개원 초기 3개월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최씨의 동업자로 알려진 주모씨와 그의 부인이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3년 최씨가 주씨에게 급여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송금한 사실 등은 인정했으나, 최씨가 주씨의 요구에 따랐을 뿐 주도적으로 일처리를 할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최씨가 비영리 의료법인을 개설할 것처럼 가장하고, 사실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을 개설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22억원의 요양급여를 불법으로 편취했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최씨와 주씨 사이에 동업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계약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 채 계약현장으로 간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부터 검찰과 최씨 측에 11가지에 이르는 석명을 요구해 주씨가 얽힌 여러 판결문, 고소·고발 사건의 불기소 결정서 등을 검토해 이를 판결에 반영했다. 2014년 최씨가 의료재단 공동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주씨에게서 운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책임면제각서’를 교부받은 일을 두고, 항소심 재판부는 “주씨가 의료재단 이사장을 시켜주겠다고 속여서 수억원을 편취해 유죄를 인정받은 추가 사건이 있다. 책임면제각서를 징구했다는 사실만으로 최씨가 병원 설립 및 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냈다.

최씨 측은 판결 선고 직후 “냉철한 증거조사 및 법리 판단에 따라 사필귀정의 결과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은 판결문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