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새해 들어 5번째이자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시사한 뒤 첫 무력시위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만큼의 파괴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장거리 정밀타격이 가능한 무기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쏘기 전에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할 경우 남쪽은 ‘정밀 조준 타격’을 당할 위험이 크다.
이번에 군 당국이 순항미사일 발사 장소와 시간을 밝히지 않아 사전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전 북한이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군은 구체적인 발사 시간과 방향, 사거리와 속도 등을 분석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한·미는 정보자산 탐지 정보를 바탕으로 세부 제원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기습적으로 발사한 시간은 오전 8시30분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순항미사일은 북한 내륙지방에서 발사돼 상당 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군이 이번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미사일을 탐지·추적·파괴하는 일련의 작전체계인 ‘킬체인’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이 남쪽이 아닌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늘 완전하게 탐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우리를 겨냥해 남쪽으로 발사 시에는 아무리 저고도로 오더라도 탐지·요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북한은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어 지난해 10월 국방전람회에서 2종류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당시 공개된 ‘신형’일 가능성이 있다.
순항미사일은 레이더망을 피해 낮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
특히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면에서 국제사회로부터 결의 위반 규탄을 받지 않는 다양한 미사일로 무력시위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핵실험·ICBM 시험발사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미국의 반응을 보려는 일종의 ‘간 보기’ 성격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9월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시험발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 보완해 추가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베이징올림픽과 상관없이 군사적 행동을 이어나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당분간 전술핵을 중심으로 미사일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