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500명 파병 준비 명령…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대비

입력 2022-01-26 04:05
러시아 볼가강 인근 엥겔스 공군기지에 24일(현지시간) 투폴레프(Tu)-95 전략폭격기 두 대가 대기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국방부는 병력 8500명에 대한 동유럽 추가 파병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A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8500명 규모의 파병 준비태세를 명령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현실화에 대비한 조치를 시작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주요 기관에 미 본토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군 병력 8500명을 동유럽에 배치하기 위한 ‘상향된 대비태세’ 돌입 명령을 내렸다”며 “상황 발생 시 지원을 위해 배치 준비를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대기 중인 미군에는 전투여단과 병참부대, 의료·방공 지원, 첩보·감시·정찰부대 등이 포함돼 있다”며 “대부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에 합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는 지금 당장 긴장을 완화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매우 분명하다”며 “이번 조치는 나토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DHS는 미 본토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DHS 내부 정보 게시판에는 “미국과 나토의 대응이 러시아의 장기적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경우 모스크바는 미 본토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고려할 것”이라는 내용의 메모가 올라왔다. DHS는 이를 미국 주요 기반 시설 운영자와 주 및 지방정부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이 문제를 다루는 기밀 브리핑을 미국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에너지부도 미 최대 전력회사에 브리핑했다고 CNN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백악관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회의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추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 러시아에 대한 심각한 경제적 대가 부과, 나토 동부의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후 “모든 유럽 지도자들과 완전한 의견일치를 봤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고 최근 전략 변화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금융 제재 등을 통한 억지력을 강조하며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주변의 지정학적 긴장은 오히려 높아져 왔다.

CNN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고안된 최근의 전술적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침공의 선전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자국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논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송수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