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코스피시장 진입을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에너지·친환경 신사업에 투입한다. 중장기적으로 수주산업(플랜트, 주택)과 운용사업(에너지·친환경) 매출 균형을 맞춰 불확실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구주 매출 비율이 높은 이번 상장은 ‘미래 먹거리 확보’보다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구주 매출은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 중 일부를 공개적으로 일반인에게 파는 걸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주 모집 규모가 신사업을 추진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사장)는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와 주택 건설 사업으로 탄탄한 성장을 해왔다. 코스피시장 상장을 계기로 친환경 에너지사업 전환과 디지털 신기술 융합으로 지속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6일까지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다. 다음 달 3~4일 일반 청약을 받고, 오는 15일 상장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초소형원자로,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플라스틱 및 암모니아 활용 청정수소 생산, 폐기물 소각·매립 등의 분야에 투자한다. 폐플라스틱 활용 수소 생산플랜트의 설계를 이미 시작하기도 했다. 암모니아 활용 수소 생산사업과 관련해 기술 보유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활용 독점권을 확보했다.
재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신사업 추진만을 노린 포석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의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끊으려면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다. 이 돈을 조달하기 위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현금화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는 구주 매출 비율이 높다. 공모 주식 1600만주 가운데 1200만주(75%)는 구주 매출, 400만주(25%)는 신주 모집이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각각 534만주, 142만주 처분할 예정이다. 공모가 최상단 가격을 적용하면 정 회장은 4000억원, 정 명예회장은 1000억원 가량을 확보한다.
김 사장은 구주 매출이 높아 신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신사업 투자자금은 신주 모집 대금으로 대부분 조달 가능하며, 이번 상장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90%가량에서 70%가량으로 낮아지는 수준이다. 그룹 내 현대엔지니어링 지위 또한 변동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