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방전도 24일째 열매는 ‘제로’지만 “매일 얼굴 보니 자연스레 관계 형성… 재밌다”

입력 2022-01-26 03:04
하 목사가 이달 초 부산 연제구 미남로에 있는 교회 인근 거리에서 행인에게 마스크와 전도지 등 전도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하 목사 제공

노방전도 24일째. 하경락(55) 목사는 동네 세차장 주인 부부를 만나 전도지를 건넸다. 평소엔 무뚝뚝한 이들이었는데 이날 따라 전도지를 잘 받아줬다. 이어 하 목사는 근처 노인정에서 마주친 할머니에게 건강 상태를 묻고선 “예수님 믿으세요”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부산 동래구에 있는 예향교회 담임인 하 목사는 지난해 말 다소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 ‘365일 노방전도하기’다. 일부 개척교회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교회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던 때였다.

“지난 2년 동안 꼬박 말씀 보고 기도하는 일에 힘쓸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얻은 결론이 ‘나가서 전도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25일 전화로 만난 하 목사의 고백이다. 그가 5년 전 개척한 예향교회는 재적 성도 10명 가운데 4명이 출석하고 있다. 가족(3명)을 빼면 외부인 성도는 딱 한 명이다.

365일 노방전도에 나선 하경락 부산 예향교회 목사. 하 목사 제공

하 목사는 “코로나가 터진 뒤 가족 예배를 드리는 가운데 주변의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도 곧 문을 닫겠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도 모르게 나태해진 나 자신을 일깨워보자는 결심과 함께,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나가서 전도하겠노라’ 하나님과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를 오히려 복음 전도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하 목사의 전도 전략은 꼼꼼하고 세심했다. 월요일은 교회 주변, 화요일과 주일은 부산교대, 수·금요일은 노인정과 버스기사 쉼터, 목·토요일은 상가로 전도 구역을 정했다. 전도 시간대는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오후 2시30분에서 3시 사이다. 약 한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그날그날 준비가 되는 선물(마스크 찰떡 젤리 등)과 전도지를 건넨다.

나름 전도 수칙도 있다. 행인에게는 선물과 전도지를 건넨다. 앉아있거나 쉬고 있는 이들에게는 안부를 물으며, 건강을 위해 함께 기도를 해준다. 그리고 매일 SNS에 간단한 전도 일지와 사진을 올린다. 혹시나 안일한 마음에 전도를 건너뛰거나 포기하지 않을까 해서다.

전도의 열매는 현재 ‘제로’다. 하지만 하 목사의 음성은 밝았다. “시작이 힘들었지 하루 이틀 지나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재미있습니다. 처음엔 인상을 찌푸리던 분들이 이제는 먼저 ‘수고한다’ 인사도 하고, 간식도 건네주십니다. 매일 얼굴을 보다시피 하니 자연스럽게 관계 형성이 되더라고요.”

하 목사는 얼마 전 노방전도에 전념하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 그의 아내가 생계를 위해 일하던 어린이집 근무를 그만두고 3월부터 노방전도 대열에 합류키로 한 것이다. 하 목사는 “설마 하나님께서 굶어 죽게 놔두시겠느냐”고 웃었다. 노방전도 25일째인 이날, 하 목사는 찰떡과 전도용품을 챙겨 부산교대 앞으로 어김없이 출동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