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쇄신 돌풍이 불고 있다. 이재명(사진)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대한 절박감이다.
이 후보 최측근 의원 그룹인 이른바 ‘7인회’는 24일 “이재명정부가 출범해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측근들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 쇄신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도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86 인사들은 “뜬금없는 소리”라며 반발 조짐을 보였다.
7인회 전현직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소위 7인회로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저희 7명은 국민이 선택해 주실 이재명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7인회 멤버는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임종성 문진석 김남국 의원과 이규민 전 의원이다.
7인회 의원들은 문재인정부와의 과감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한 조치다.
이들은 “이번 정부에서도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진영 인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정부는 달라야 한다. 오롯이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 당이 공정의 가치를 되찾고 ‘내로남불’이라는 오명을 버릴 수 있도록 의원님들을 포함한 모든 분이 함께해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과 인사 문제를 거론하며 “민주당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86 용퇴론’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국민이 민주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번 선언과 관련해 “이 후보와는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과도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86 용퇴론’이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86 용퇴론’과 관련해 “당내에 그런 흐름이 있고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86 용퇴론’이 민주당 내분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86 인사는 “지금껏 아무런 논의도 없다가 이렇게 나오니 당황스럽다”며 “용퇴라는 게 앞으로 임명직을 맡지 말라는 것인지, 다음 총선에 나오지 말라는 것인지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당 쇄신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경기도 이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7인회의 선언에 대해 “민주당이 반성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86 용퇴론’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특정 정치인의 진퇴 문제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