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반성’과 ‘사죄’를 외치며 몸을 낮추고 있다.
자신의 약점인 도덕성 문제와 민주당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통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오려는 것이다. 대선의 최대 분기점으로 꼽히는 설 연휴를 앞두고 이 후보가 지지율 정체 상태를 타개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24일 경기도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자신의 유년기 시절을 언급하다 눈물을 쏟았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동행했다.
이 후보는 “저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산꼭대기에 살았는데 어머니가 화장실 출근 전에 제 손을 잡고 공장에 바래다줬다.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후보는 “아버지는 이 시장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했고, 어머니는 시장 공중화장실에서 이용자가 소변 보면 10원, 대변 보면 20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장실을 지키며 아들이 잘되기만 바랐던 어머니에게 거짓말로 ‘판검사 실력이 안 되니 변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열심히 일했고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등 가족 논란에 대해서도 “잘못했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에 대한 반성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용인시에서 경기도 공약 발표에 앞서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5명과 함께 예정에 없던 큰절을 했다. 이 후보가 사죄의 큰절을 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개혁·진보 세력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공정의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다”면서 “국민들이 내로남불이라며 질책하셨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 내에서 지지율 정체 현상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다”며 “후보도 그런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세대포위론’에 대해선 적극 반박하며 ‘세대포용론’을 폈다. 세대포위론은 2030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부모 세대인 506070의 지지까지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경기 이천 유세 중 국민의힘을 겨냥해 “어떻게 아픈 데를 더 찔러, 염장을 질러가며 자기 이익을 챙기며 타인에게 고통을 강요하느냐”면서 “분열과 증오를 이용해 40대, 50대를 포위해 이겨보자는 세대포위론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박재현 기자, 성남=안규영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