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체 가능… 디지털화폐 첫 실험 성공적

입력 2022-01-25 04:03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초기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4일 밝혔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단절된 가상공간에서의 CBDC 제조·폐기 및 금융회사 유통 작업까지 성공한 가운데, 오는 6월까지 추가 실험을 거쳐 기술 검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이날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1단계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해 8~12월 이뤄진 1단계 실험에서 제조·발행·유통 등 CBDC의 기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BDC는 현대 사회에서 현금 이용이 갈수록 감소하고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CBDC가 개발되면 현금을 사용하거나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대신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결제·송금 등 일상적 경제생활이 가능해진다. ‘코인으로 물건을 산다’는 개념이 현실이 되는 셈이다.

카카오 계열의 블록체인 기업 ‘그라운드엑스’가 용역을 맡아 진행되는 한은의 CBDC 모의실험은 총 2단계로 구성됐다. 그라운드엑스는 1단계 실험에서 CBDC 기본 기능을 점검했다.

한은은 이번 1단계 실험을 통해 인터넷이 단절된 보안구역에서 CBDC를 제조·폐기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디지털화폐를 금융기관 등 참가기관에 발행·환수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금융회사에서 이용자에게 CBDC를 지급하거나 개인끼리 CBDC를 송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을 거쳤다.

오는 6월까지 진행되는 2단계 실험에서는 CBDC가 결제·거래 등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지 확인한다.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자산 거래 등이 주요 실험 대상이다. CBDC가 도입되면 통신사 장애나 대규모 재난·재해 등으로 결제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결제·송금이 가능해진다.

다만 CBDC 관련 기술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는 만큼 단기간 내 상용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CBDC는 아직 소수 신흥국에서만 도입된 개념”이라며 “금융권, 기업, 금융소비자 등 사회구성원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전에는 CBDC를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