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도 수원 경기대 내에 마련된 탁구전용경기장 ‘스튜디오T’에서 이색 대결이 펼쳐졌다. 1988 서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안재형 한국프로탁구리그 위원장과 ‘깎신’ 주세혁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이 강한 스매싱과 커트 등을 주고받으며 선수 시절을 방불케 하는 기량을 선보였다.
한국프로탁구리그는 오는 28일 프로리그 출범을 나흘 앞두고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기자단 공개행사를 진행했다.
프로탁구리그는 한국 탁구계가 20년 가까이 품어온 염원이다. 수차례 프로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하다가 지난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출범이 가능해졌다. 안 위원장은 “역사적 순간이고 그만큼 절실하다”며 “프로리그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탁구계는 프로 원년을 기점으로 한국 탁구의 재도약을 기원한다. 유남규 현정화 유승민 등을 배출하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를 휘저었던 한국 탁구는 지난 10여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마지막 올림픽 메달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이다.
최근 신예들이 두각을 드러낸 건 희소식이다. 남자 차세대 에이스로 촉망받는 조대성(삼성생명)은 수술 후 공백을 극복하고 올해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장우진(국군체육부대)-임종훈(KGC인삼공사)이 한국 남자탁구 사상 첫 세계선수권 복식 은메달을 따냈다. 여자부에선 2020 도쿄올림픽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신유빈(대한항공), ‘여자 탁구의 희망’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있다. 지난 21일에는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11세 ‘신동’ 이승수(경기성수초·사진)가 실업 선수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경기력 향상도 기대된다.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1매치 3게임제’는 한 경기당 최대 5매치(단·단·복·단·단식)를 치르는데, 각 매치는 3게임 2선승제다. 기존 1매치 5게임제보다 게임이 적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는 “짧은 시간에 승자가 결정되므로 심리적 압박이 다르다”며 “국제적으로도 배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리그 경험이 많은 주 감독은 “팬들과 카메라가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긴장 요소”라며 “토너먼트와 달리 상대도 예상 가능해 분석량이 늘어나고 경기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탁구리그는 대한항공과 포스코에너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7개 팀이 5월 말까지 94일간 총 222경기의 대장정에 나선다. 코리아리그(기업팀)와 내셔널리그(지방자치단체)로 나뉘는데 코리아리그는 남녀 각 7개팀과 5개팀, 내셔널리그는 각 6개팀과 9개팀이 뛴다.
수원=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