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시고 한눈팔지 마세요… 여기가 39층 꼭대기입니다.”
외벽과 바닥이 연달아 붕괴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고층부는 언제 또다시 무너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이나 다름없었다. 23~38층 16개층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린 아이파크 201동 고층부 내부는 곳곳이 금방 다시 꺼질듯 위태로웠다.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잔해가 부러지고 휜 채 앙상하게 남은 철근과 여기저기 뒤엉켜 폐허를 방불케 했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가 지난 22일 풀(Pool) 취재진을 꾸려 언론에 처음 공개한 고층부를 향해 가는 길은 출발부터 험난했다.
잔해가 잔뜩 쌓여 수색대원들의 걸음을 막던 중앙계단은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해야 할 만큼 비좁았다. 추락에 대비한 그물망이 유일한 버팀목이었지만 귓전을 스치는 바람에도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연신 흘렀다.
‘최후의 일인까지 최선을 다한다.’
쌓인 잔해물을 뚫고 20층 안전구역에 단열재를 깔아둔 ‘전진지휘소’에 도착하자 수색대원들의 다짐을 담은 글귀가 눈에 띄었다. 베이스캠프처럼 대원들은 이곳에서 체력을 충전한다는 소방 당국의 설명이 그들의 쉼 없이 고된 수색작업을 떠올리게 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취한 휴식도 잠시. 구조대원들의 비상탈출에 대비해 생명선이라 부르는 불빛 안내선(Light line)을 뒤로 한 채 오른 25층과 26층은 붕괴상태가 심각해 층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꼭대기인 39층은 사고 당일의 처참함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콘크리트는 실금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문희준 광주서부소방서장은 “만일의 상황을 감안해 수색대원 투입도 인원 제한을 두고 있다”며 “실종자를 빨리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실종자 수색작업만큼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상당수 수색작업에 직접 투입되면서 소환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24일부터 24시간 수색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잔해 제거를 담당하는 현대산업개발도 24시간 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해외 재난현장에 파견됐던 전문 구조대원 14명과 붕괴사고 전문 대원 43명, 특수구조대 414명 등에 대한 동원령을 발령했다.
타워크레인 해체는 추가 작업을 하지 않고 현 시점에서 완료하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현재 타워크레인에 매달려 있던 27t 무게추와 55m 붐대(기중기 팔)를 안전하게 제거했다”며 “타워크레인 전도 위험성이 크게 낮아졌고 거푸집 제거를 완료한 외벽 붕괴 가능성도 작아졌다”고 말했다.
추가 붕괴 우려가 제기된 아파트 외벽을 안정화하는 작업은 철제 빔을 이용한 임시 보 가설이 진행 중이다. 임시 보는 건물 중심부 안정성이 확인된 38층과 31층에 각각 설치, 위태로운 외벽을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한다.
광주 서구는 지난 22일 인근 주상복합건물 대피령을 해제했다. 사고 이후 숙박업소 등에서 묵어온 주민 109가구 130여명은 복귀했다. 다만 1층 상가 40여곳은 구조작업 관계로 대피령 해제에서 제외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