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 추경’ 땐 나라살림 89조원 적자… ‘퍼주기 공약’ 우려 높다

입력 2022-01-24 04:02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나라 살림을 가늠할 수 있는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70조원 가까이 불어날 전망이다. 그나마 정부안대로 14조원만 편성할 경우의 적자 규모다. 정치권 요구대로 추경 규모를 35조원 이상으로 늘리면 적자 규모는 89조원을 넘어선다. 적자 나라 살림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긴 4년째 이어질 전망이지만 여야 대선 주자 모두 재정 걱정은 하지 않고 ‘퍼주기 공약’만 내놓는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의 통합재정수지 통계표를 보면 2019년 적자 전환한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68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세입에서 세출을 뺀 수치로 재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문재인정부 3년 차인 2019년부터 적자로 전환한 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에는 71조2000억원까지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기준 22조4000억원으로 적자 폭이 감소했지만 올해 본예산과 첫 추경이 합쳐지며 적자 폭이 다시 커졌다. 통합재정수지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4년 연속 10조원 이상 적자를 이어가는 최악의 기록도 세우게 생겼다.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이 요구하는 35조원 이상의 추경 증액을 반영하면 적자 폭은 더 커지게 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54조1000억원 적자였던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은 89조1000억원까지 치솟는다. 이번 추경뿐 아니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추경 편성이 더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경우 통합재정수지는 100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총생산(GDP)에서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4% 선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에서 정한 기준인 ‘3% 이내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가볍게 넘어선다.

지난해 더 걷힌 세수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재정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초과세수는 4월 결산 이후에나 재원으로 쓸 수 있다. 정부가 국회에 25일 제출 예정인 14조원 추경안에 적자국채 발행량을 11조3000억원을 적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초과세수가 들어오면 상황이 좀 개선될 여지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초과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 “국채에 상환할지, 다음 연도 세수로 이월할지, 또 다른 추경 재원으로 사용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점은 통합재정수지 적자 추이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악화된 부분이다. 1997년 6조9000억원, 98년 18조8000억원, 99년 13조1000억원이었던 적자는 2000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적자 규모도 최근 4년 12조~71조원 수준을 보인 것과 비교해 양호했다. 98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5%였다. 최근 4년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0년 3.7%, 2021년(2차 추경 기준) 4.4%, 올해(1차 추경 기준) 3.2%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 역시 2008년부터 1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54조5000억원이었던 적자 규모는 올해(추경 기준) 108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역시 6%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관리를 해야 할 시기는 이미 늦었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선거를 앞두고 여야 주자 누구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 재정 위기 관리”라며 “모든 지표가 위기 문턱까지 가 있는 만큼 위기관리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