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해주 상임위원 사퇴 선관위, 중립 인사로 재구성해야

입력 2022-01-24 04:05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사표를 청와대가 결국 수리했는데 뒷북 조치다. 조 상임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특보를 맡은 전력으로 인해 임명 당시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과도 같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상임위원으로는 적절치 않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한 데 이어 임기 만료를 앞둔 조 상임위원이 이달 초 제출한 사표를 반려했다. 전례가 없는 무리수에 선관위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조 상임위원이 지난 21일 재차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지만 청와대의 선거 중립 의지가 의심을 받는 상황을 자초했다. 청와대는 조 상임위원이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 “위원회의 중립성·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 대해 후배들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한 말의 의미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치적 중립은 선관위의 핵심 가치이자 존립 근거다. 여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해야 한다. 더욱이 대선과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이라 중립성이 의심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후임 상임위원을 중립적 인사로 임명해야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대선 전 후임자 임명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있지만 6월엔 지방선거가 있어 공석 상태가 길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조 상임위원이 물러나자 여당이 편향성을 이유로 반대해 온 야당 추천 선관위원 후보자가 전격 사퇴해 선관위 재구성의 길을 터줬다. 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 선관위를 상임위원과 야당 추천 위원이 빠진 7명 체제로 방치하는 건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일정이 촉박하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공백을 빠른 시일 안에 메우지 못할 게 없다. 청와대와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 몫인 후임 상임위원을 야당이 반대하지 않을 중립적 인사 중에서 낙점해야 물꼬가 트일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했던 나머지 2명의 기존 위원 중에서 고르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