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부산에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약속한 지 20년이 넘도록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부산시가 백화점 등의 임시사용 승인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며 초강수를 두고 나섰다. 하지만 롯데 측은 “일정대로 진행 중인데 시가 왜 이렇게 압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부산시는 오는 5월 31일로 끝나는 중구 중앙동 롯데백화점 광복점 건물과 아쿠아몰, 엔터테인먼트 등 3개 동의 임시사용기간 연장을 더는 승인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필한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롯데 측이 롯데타워 건립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타워 건립 추진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그룹은 옛 부산시청 터를 1996년 880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2000년 107층(높이 464m)짜리 빌딩(타워동)과 백화점(지하8층, 지상11층), 아쿠아몰(지하8층, 지상13층), 엔터테인먼트동(지하8층, 지상12층) 등을 짓겠다며 건축허가를 받았다. 롯데백화점 광복점(2009년), 아쿠아몰(2010년), 마트(2014년) 등 3개 동만 먼저 지은 뒤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초고층 건물인 롯데타워는 2013년 지하8층 터파기 공사만 완료한 채 공사를 중단했다. 롯데 측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타워동의 43층~107층을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주거시설로 분양하길 원했지만, 공유수면 매립법과 여론에 발목이 잡히면서 무산됐다.
이후 롯데는 2019년 기존의 초고층 타워 사업 계획을 백지화했다. 대신 세계 최초의 ‘공중수목원’과 전망대, 엔터테인먼트, 문화·체험·공공시설 등을 갖춘 56층(300m) 규모의 타워동을 2023년까지 건립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20년 9월 부산시 경관위원회의 ‘재심’ 결정으로 사업은 또다시 중단됐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보완된 타워동 사업 추진 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달랑 1장짜리 서류를 제출했다가 비난이 일자 144장짜리 계획안을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부산시 실무부서와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5차례 협의를 거쳐 3월 중 공사를 재개하는 것으로 협의를 완료했다”며 “시 경관위원회 주요 의견인 디자인 개선을 위해 해외 유명 건축가와 협업해 콘셉트를 변경 중으로 4∼5월 경관심의에 이를 반영하고 후속 인허가 절차를 밟아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