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기도이자 예배” 노동자를 예수로 대접한 산업선교의 선구자

입력 2022-01-24 03:03
조지송(앞줄 오른쪽 두 번째) 목사가 1981년 5월 경기도 임마누엘수도원에서 열린 수련회에 참석한 여성 노동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제공

“오늘 가난한 자, 눌린 자를 만났는지 점검하세요.” “노동자를 예수 그리스도 대하듯 해야 합니다.”

산업 선교의 선구자 조지송(1933~2019·사진) 목사가 산업 선교를 배우기 위해 영등포산업선교회(산선)를 찾는 이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말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인 조 목사는 1963년 국내 첫 ‘산업 전도목사’로 안수받았다.


이듬해 산선 초대 총무를 맡아 20년 동안 노동자들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지냈다. 그는 노동자 인권이 없던 시절, 이들을 위해 싸웠던 투사이기도 했다.

조 목사의 삶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노동자를 돈벌이 도구로만 여기는 기업주들과 싸웠고 이 과정에서 비성경적이라며 자신을 비난하는 교권과 등졌다. 빨갱이라 매도하는 언론도 그에게는 적과 같았다. 기업주들은 ‘도산(도시산업선교)이 공장에 들어오면 도산한다’는 악의적 구호를 만들어 산업 선교를 공격했다.

그럴수록 조 목사는 단단해졌다. 국내 최초의 신용협동조합과 주택조합을 설립한 것도 그였다. 폐타이어 재생 공장을 운영하며 노동자를 존중하는 공장 모델도 선보였다. ‘노동자의,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를 위한 삶’을 산 셈이었다.

최근 그의 삶과 목회 여정을 기록한 ‘조지송 평전’(서해문집)이 나왔다. 산선은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산선 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그를 추모했다. 안재웅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은 “조 목사는 노동자를 수백 개의 소그룹으로 묶어 노동법 교육을 시작으로 노조와 신협, 생협의 씨앗을 정성껏 심으셨고 교양교육과 상담으로 노동자의 품격을 높이셨다”면서 “일생 심은 산업 선교의 씨가 민들레 홀씨 돼 온 땅으로 퍼져 나갔다”고 설교했다.

조 목사가 83년 만든 ‘산업 선교 실무자 훈련 지침서’에는 노동자를 대하는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노동자의 언어로 말하고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로 시작하는 지침서는 ‘머리로 일하지 말고 몸으로 일하라’,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거리에 나서라’, ‘노동은 예배다. 노동 속에 진정한 기도가 있고 찬송이 있다’ 등으로 이어진다.

평전을 쓴 서덕석 경기도 성남 열린교회 목사는 “생전 조 목사는 ‘정 쓰려면 나를 주인공으로 하지 말고 실무자와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쓰라’고 하셨다”며 “이 책은 조지송이 함께한 산업 선교의 역사서와도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지송 강좌’에서 발표한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는 ‘예수도 노동자’였다고 말했다. 조 목사가 65년 ‘산업 전도’에 기고했던 ‘목공으로 오신 예수님’을 인용한 정 교수는 “예수가 완성된 인간상을 제공할 수 있었던 건 공생애 전 30년 동안 노동을 통해 완성됐다는 게 조 목사의 생각이었다”며 “그는 노동문제가 선교의 문제이며 국가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노동자 기독론’을 완성했다”고 평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