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관할구청 사전승인 없이 콘크리트 타설 공법을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게스트하우스, 스카이라운지 등 프리미엄 시설이 들어설 39층 바닥 두께를 15㎝에서 35㎝로 배 이상 두껍게 설계변경해 하중이 늘어나는데도 아무런 승인을 받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20일 광주 서구청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나무 합판을 자재로 사용하는 재래식 거푸집(유로폼)이 아닌 무지보(데크플레이트) 공법을 붕괴사고가 시작된 39층 바닥(PIT층 천장 슬래브)에 새로 적용했다. 그런데도 관할구청에 해야 하는 안전관리계획 변경 승인 절차는 밟지 않았다.
철근 자재를 활용한 무지보 공법은 슬래브 바닥에 지지대(동바리)를 설치 하지 않아도 된다. 공사기간을 줄이고 공정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콘크리트 하중이 한곳으로 쏠리게 되면 붕괴 위험이 커지게 된다.
현산 측은 39층 바닥 폭이 좁아 거푸집 아래에 동바리를 받치는 기존 공법 대신 자체 판단에 따라 무지보 공법으로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당초 15㎝로 균일 설계한 게스트 하우스 등의 일부 바닥면 두께도 35㎝로 변경된 것으로 파악된다. 39층 슬래브는 단차가 3개 구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청은 이와 관련, 사고 현장에서 설계보다 두 배 이상 두껍게 슬래브 설계구조가 변경됐지만 승인 신청을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외주 공인기관의 안전성 검증 과정도 당연히 생략됐다.
인허가 관청인 서구는 붕괴사고 이후 무지보 공법 적용과 슬래브 공사가 더 두껍게 이뤄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서구 관계자는 “하중 지지대 보완이 필요한 현산의 무지보 공법이나 하중이 크게 늘어나는 두께 변경은 승인 대상으로 판단되지만, 신청 자체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사업계획 도면을 승인한 이후 한번도 변경신청은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안전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며 공법 변경 경위에 관한 해명을 미뤘다. 무단으로 공법과 슬래브 타설 두께를 바꾼 것이 붕괴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규명될 경우 원청인 현산의 책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색작업의 발목을 잡아 온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은 21일 완료될 예정이다. 광주시와 소방본부 등이 참여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27t짜리 무게추, 기중기 팔(붐대), 조종실 순서로 붕괴사고가 난 201동 쪽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진 사고 크레인의 상단부를 떼어낼 방침이다.
남은 고층부 외벽 붕괴를 막기 위해 31층과 38층 중앙부 잔존 내력 벽체와 외벽을 H형 철골재 임시보와 연결하고 19~21층 등의 슬래브가 무너지지 않도록 잭서포트를 받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