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일 ‘검사장 외부 공모’ 방침에 반발하는 검찰 내부 목소리에 대해 “염려와 걱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법무부에 외부 공모 반대 의사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선 “검찰총장께서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총장도) 중대재해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 및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아마 이해하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수사 전문성과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다르다는 일선 검사들의 지적에 대해선 “그동안 수사의 전문성만을 얘기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사실상 박 장관이 인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중대재해·산업안전·노동분야 외부 전문가 1명을 검사장급으로 신규 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21일까지 지원서를 받아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다음 달 중 합격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은 19일 전국 고·지검장 등에게 공지를 보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 등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명시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우려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수사검사, 부장검사 한 번 해보지 않은 채 검사장 업무를 수행한다는 건, 인턴을 거치지 않고 레지던트 전문의를 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전례가 만들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나중에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외부 인사를 앉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법무부의 검사장 인선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대재해 수사를 총괄할 중량급 인사를 5일간(17~21일) 모집하기엔 시일이 촉박한 데다, 정권 말 친정권 인사에 대한 ‘낙하산 알박기’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일부 변호사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내정설이 거론된 민변 소속 한 변호사는 주변에 “공고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활동 경력이 있는 한 노동 전문 변호사도 “지원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