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농축산물 물가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제수용품 가격은 떨어지는데 다른 품목 가격은 연일 치솟고 있다. 사과·배 값이 하락하고 샤인머스켓 등 선물용 인기 과일 가격은 급등하는 식이다. 정부가 찍어 누른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 간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사과와 배 10개 당 평균 소매 가격은 이날 기준 각각 2만6660원, 3만4796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날(3만1535원, 4만4130원)과 비교하면 15.5%, 21.2%씩 가격이 떨어졌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 물가 인상 억제를 위해 정부가 공급 물량을 늘린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선물용 과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고급 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켓은 이날 기준 2㎏ 당 평균 4만4434원에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날(3만4282원)에 비해 29.6%나 올랐다. 딸기도 100g 당 평균 소매 가격은 2093원으로 전년 동일(1558원) 대비 34.3% 오른 상태다.
축산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엿보인다.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한우 양지의 경우 이날 기준 100g 당 8043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7959원)보다 1.1%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선물용 품목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한우 등심은 100g 당 1만4150원으로 전년 동일(1만2106원) 대비 16.9% 상승했다. 제수용품과 무관한 삼겹살 역시 100g 당 2318원으로 1년 전보다 10.0% 가격이 상승한 상태다. 올해부터 청탁금지법 상 선물가액이 명절 기간에 한해 2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선물용 고가 품목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2년 연속 2%대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물가 당국이 설 제수용품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매주 기획재정부 1차관 또는 차관보 주재로 물가 점검회의를 하는데 농축수산물의 경우 주요 제수용품 중심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