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년 F학점 대통령… “자초한 리더십 위기”

입력 2022-01-21 04:0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1주년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리더십 위기로 미국 국민으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았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응, 일자리 창출 등 성과를 자랑했지만 미국 국민은 그에게 낙제점인 ‘F학점’을 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11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2억1000만명의 미국인이 백신 접종을 마쳤고, 6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 실업률은 3.9%로 떨어졌다”며 지난 1년에 대한 성과를 늘어놓았다. 이어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정부가 직면한 각종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는 지난 15~16일 유권자 2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37%가 F학점을 줬다. 이는 A학점(11%)이나 B학점(20%)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이어 C학점 18%, D학점 12% 순이었다.

우선 일의 우선순위와 전략 등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혼란을 초래하면서 리더십 타격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린턴 행정부 정책 차관보 출신인 윌리엄 갤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입은 상처는 대부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재건법안(BBB)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 애초 민주당 기반으로만 진행될 수 있다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주당 내부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을 의회 지도부에 일임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고 설명했다. ‘투표권 법안’ ‘이민개혁법안’ 등 의회에서 표류 중인 다른 법안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언급했다.

혼란을 자초한 또 다른 상징적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이었다. 앨 고어 전 미국 대통령 수석 정책 고문을 맡았던 일레인 카마르크 하버드 케네디 스쿨 교수는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말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능력에 대한 대중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경험 많은 지도자를 선출했다고 생각했는데 아프간 철군이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리더십의) 변곡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관심사와 이반된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갤스턴 선임연구원은 “식료품점부터 주유소까지 떼를 지어 가격이 인상됐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했다가 이제야 문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혼란을 틈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리더십 재건 작업에 성공했다. 그가 공화당을 장악해 나가면서 올해 주요 입법 의제의 초당적 협력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높아졌다.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파적 갈등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