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의 19일 비공개 만찬 회동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윤 후보가 경선 이후에도 계속된 홍 의원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대선 ‘원팀’을 가동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가 당내에서 컸었는데 홍 의원이 어이없는 제안을 하는 바람에 의미가 퇴색됐다. 만나지 않은 것만도 못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홍 의원은 선거대책본부 참여 조건으로 윤 후보에게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할 조치와 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회동 후 당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홍 의원이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일부 지역 공천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서울 종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구 중·남구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전략공천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참 못난 처신이다. 최 전 원장은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뒤 홍 의원 지지를 선언했고, 이 전 구청장은 경선 때 홍 의원의 대구 선대위원장을 맡았었다. 자당 후보를 돕는 조건으로 자신에 줄을 선 인물의 공천을 대놓고 요구했으니, 구태도 이런 구태가 없다. 경선에서 패한 후 윤 후보에게 줄곧 날을 세웠던 것은 측근 공천이란 떡고물이라도 챙기려는 노림수였다는 걸 자인한 셈 아닌가. 지난 대선 후보였고 당대표도 지낸 지도자급 인사가 이런 행태를 보여주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공천 절차를 무시한 홍 의원의 무리한 요구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회의 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등 당에선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홍 의원 끌어안기가 원팀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분란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 이준석 대표는 홍 의원 선대본 합류 여부는 24일 전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윤 후보의 결정에 달려 있을 텐데, 어떤 결정을 하든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설] 홍준표, 공천권 조건으로 후보 돕겠다니 어이없다
입력 2022-01-2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