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재택근무가 경제충격 완화 역할”

입력 2022-01-21 04:06

재택근무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충격을 크게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완충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 21년 1분기 중 5분기 연속으로 재택근무가 국내총생산(GDP)에 플러스값의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9만5000명(전체 취업자 대비 0.3%)이던 재택근무 이용자는 지난해 114만명(4.2%)으로 12배 가량 증가했다. 저연령층, 고학력층의 재택근무 비중이 커졌고, 상용직이거나 300명 이상 대기업, 고숙련 직업일수록 재택근무 활용도가 높게 나타났다.

2020년 1분기와 2분기의 경우 GDP 성장률이 각각 1.3%, 3.1% 감소했는데 근무지 생산 이 각각 2.9%포인트, 5.5%포인트 감소한 데 기인한다. 반면 4% 가량의 재택근무 참여만으로 GDP 감소를 각각 4.3%포인트, 1.0%포인트 완화시켰다.

0.3% 성장하는데 그친 지난해 3분기의 경우 재택근무 기여가 4.7%로 근무지 생산(-3.4%포인트)이 까먹은 성장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이에 비해 지난해 2분기는 재택근무의 GDP 기여도가 -3.8%포인트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재택근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과장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해 팬데믹 이전보다 생산성이 4.6%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며“"재택근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출퇴근 소요시간이 길고 IT 인프라가 발달된 경우에는 재택근무 확대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재택근무할 여력이 안되는 직장인들은 재택근무자에 비해 향후 실업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배로 커지는 등 열악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자가 1년 후에 취업상태를 유지할 확률(86.0%)은 비재택근무자(74.9%) 보다 높게 나타났다. 재택근무자가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할 확률은 각각 1.1%, 12.9%로 비재택근무자(2%, 23.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재택근무를 활용한 집단의 임금상승률은 8.2%로 비재택 근무자의 임금상승률 2.7% 과 비교해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의 경우에도 재택근무자의 임금상승률이 11.8%로 비재택근무자 4.0% 보다 높았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