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일부 지역 주택가격이 선거 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가까스로 안정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의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이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월 들어 일부 지역 주택가격이 선거 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이 있어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시장 안정은 여야, 현 정부와 차기 정부를 떠나 모두가 추구해야 할 공통의 지향점”이라며 “어렵게 형성된 안정화 흐름이 훼손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SOC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실제 여야 대선 후보들은 부동산시장의 자극제가 될 수 있는 공약을 잇달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인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1호선이 다니는 경인선과 경인고속도로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경인선과 경부선, 경원선 지하화에 이어 현재 각각 동탄과 수원까지 추진되는 GTX-A와 C노선을 평택까지 연장하는 공약을 지난 7일 내놨다.
졸지에 GTX 2개 노선 추가 대상지로 지목된 평택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월 첫 주 0.04%에서 둘째 주 0.14%로 커졌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둔화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에도 주택 매수세는 가라앉히면서 1가구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 부담은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올해는 지난해 대비 약 2배 수준인 7만 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고, 가계부채 증가율도 4~5%대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한 방송에 출연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완화 제도를 마련 중”이라며 “3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5월에 들어설 새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와 6월 지방선거 등 정치권발 변수가 많아 부동산시장 안정세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사전청약 확대가 임대차 수요를 늘려 임대차 불안이 심화하면 또다시 매매 수요가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박세환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