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등의 세계적 흥행에 힘입어 넷플릭스가 올해 K콘텐츠를 25편 이상 공개할 예정이다. K콘텐츠의 확대를 발판 삼아 정체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동한(사진)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Vice President)는 19일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가 K콘텐츠를 시청한 시간은 2019년보다 6배 증가했다”며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는 없어선 안 될 정도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강 VP는 “지난해는 꿈만 같은 한해였다. ‘오징어 게임’은 말할 것도 없고 ‘지옥’ ‘마이 네임’ ‘고요의 바다’ 등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면서 “K콘텐츠 수출 일을 오래 했는데 요원하게 생각하던 꿈이 현실화돼 벅찼다”고 말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후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투자한 규모는 약 1조원이다. 지난해만 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편 이상 많은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투자 규모도 최소 8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VP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애플, HBO 등 해외 유수 플랫폼도 K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들어온다”며 “K콘텐츠가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에 섰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새해 처음 선보이는 한국 시리즈는 오는 28일 공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의 극한 상황을 다룬다. 소년범죄를 소재로 배우 김혜수가 열연하는 ‘소년심판’도 만나볼 수 있다. 세계적 인기를 모았던 스페인의 범죄 시리즈물 ‘종이의 집’ 한국판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도 공개된다. 하일권 작가의 웹툰 원작인 ‘안나라수마나라’도 기대작 중 하나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한국 영화로는 ‘모럴센스’ ‘카터’ ‘서울대작전’ ‘정이’ ‘20세기 소녀’ 등이 공개된다.
코로나19 특수로 2020년 가파르게 성장한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2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강적인 디즈니 플러스에 북미 가입자 43만명을 뺏기기도 했다. 국내에도 디즈니 플러스, HBO 맥스가 상륙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지만 넷플릭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 VP는 “넷플릭스가 K콘텐츠 생태계와 발맞춰 라이선싱, 제작을 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며 “한국의 창작 생태계와 합을 잘 맞춰서 같이 커나갈 수 있는 파트너가 넷플릭스”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불거진 제작사에 대한 적절한 보상 문제는 깊이 고민해볼 것이라 답했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성공의 크기에 따른 보상이 제작사로 이어지진 않는 구조다. 강 VP는 “(성공한 콘텐츠는) 추후 같은 크리에이터나 제작사와 프로젝트를 할 때 보상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