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세수 추계 희생양 된 세제실… 과장 절반 물갈이說에 ‘흉흉’

입력 2022-01-20 04:06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대규모 세수 추계 오차 사태와 관련해 대대적인 ‘세제실 개혁’을 예고했다. 이르면 이달 말 있을 인사를 앞두고 기재부 내에서는 세제실 과장 절반이 갈릴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홍 부총리는 세제실 인력 충원의 칸막이를 낮춰 다른 실·국과 인사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다양성·소통성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19일 “세제실 내부 인사들은 ‘초과 세수가 많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세수 추계 오차가 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없더라”며 “홍 부총리는 세제실 내 주류 관점을 견제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제실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력 교체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수 추계는 이미 정해져 있는 추계 모형에 변수를 넣어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세제실 한 공무원은 “정확하게 맞히는 건 솔직히 거의 불가능하다”며 “과거 오차가 5000억원 수준이던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솔직히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실 바깥 공무원도 “이번에 오차가 컸던 것은 코로나19,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여러 사정이 있는데 이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게 맞는건가”라고 반문했다.

정확도를 높이고자 인사 개편을 단행하는 것이 세제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세제 분야는 고도의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영역”이라며 “사무관 시절부터 꾸준히 경력을 쌓아온 이들과 아닌 이들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실국에서 누가 과연 세제실로 가려고 하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세제실 밖 공무원은 “세제실이 ‘표적’이 된 마당에 누가 과연 부담스러워서 세제실을 지망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