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7% 이자 드립니다”… 저축銀 고금리 적금상품은 ‘미끼’

입력 2022-01-20 04:0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8월부터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리며 은행권의 수신금리도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가운데 특히 저축은행들은 최대 연 7%에 달하는 적금을 내놓으며 ‘고금리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이런 상품들을 살펴보면 이자가 무의미할 정도로 적거나 고금리 조건을 맞추기 매우 까다로워 ‘미끼 상품’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최대 연 7%에 달하는 정기적금을 판매하며 고객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 1일 최대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크크크777 정기적금’을 출시했고, 한화저축은행(라이프플러스 정기적금·6.3%), 고려저축은행(GO BANK 정기적금·5.0%), 웰컴저축은행(웰뱅하자 정기적금·4.5%)도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놨다.

저축은행은 이들 상품의 ‘최대 금리’를 강조하며 마케팅에 나서지만, 실제 상품을 가입하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막상 가입하려보니 맹탕”이라는 혹평이 적지 않다.

우선 최대불입금이 월 20만원 수준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한화저축은행 라이프플러스 정기적금의 경우 최소 10만원부터 최대 4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지만, 최대금리(6.3%)를 받기 위해서는 월 10만원씩만 불입해야 한다. 12개월 만기까지 꾸준히 적금을 부어도 만기 후에 손에 쥐는 이자는 세후 3만4000원에 불과하다. 고려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의 고금리 상품도 월 불입 한도가 20만원에 그친다.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상품 광고에서 강조하는 ‘최대금리’를 받기 위해선 통상 우대금리 조건이 붙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기 까다로운 경우도 많다. 해당 은행과 연계된 신용카드로 일정 금액 이상 이용하거나 급여이체, 자동이체 약정 등을 요구하는 식이다. 급여나 자동이체는 한 은행으로밖에 연계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소비자가 사용하는 카드지출액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키면서 적금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 상품의 만기가 12개월로 통일돼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연 7% 이자율을 내세운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만기가 7개월에 불과하다. 만기가 짧으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이자액이 크게 줄어들고, 현재 고금리 조건을 맞춰서 상품에 가입했다 해도 만기 이후 금리가 어떻게 변동될지는 모르기에 소비자의 번거로움도 커진다.

저축은행이 이같은 고금리 ‘미끼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오는 4월부터 강화되는 ‘예대율 기준’이 있다. 예대율은 금융회사의 여신 잔액을 수신 잔액으로 나눈 비율인데,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에 대해 이 비율을 100%로 맞추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3월까지는 예대율을 110%까지만 맞춰도 제재를 가하지 않지만, 4월부터는 강화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여신 위주로 영업을 이어오던 소규모 저축은행을 필두로 수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미끼성 상품이 활발하게 출시될 전망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