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침공 임박 우크라에 무기 지원 검토

입력 2022-01-20 04:05
러시아 장갑차 행렬이 18일(현지시간)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쪽의 우방인 벨라루스에도 군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고, 이에 맞서 러시아는 인접국인 벨라루스에 핵무기까지 배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단계에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냉혹할 수 있다”며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NN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군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옵션을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탄약과 박격포,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견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해 왔다. 그러나 CNN은 “이미 특수작전부대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지난 12일 키예프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면담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무기 조달과 (전략) 조언 등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대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이 같은 논의는 러시아가 국경 주변에 군 병력 증강을 강화한 뒤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접한 벨라루스에 병력과 군수장비를 배치하고 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다음 달 10~20일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와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과 핵무기를 자국 영토에 주둔시키려는 계획을 나타낼 수 있다”며 “대응이 필요할 수 있는 유럽 안보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오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한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완화를 위한 러시아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며 “블링컨 장관은 외교적 출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50%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이번 만남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러시아와 주요 관심사를 공유하고, 공통점을 찾을 기회가 있는지 볼 수 있는 계기”라고 덧붙였다. 미·러 외교 수장의 만남은 지난달 2일 스웨덴 스톡홀름 회동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 만남이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미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가 진정으로 외교에 관심이 있는지, 진지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는지, 핑계를 삼기 위해 논의할 것인지를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