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5일 상임위원 임기가 끝나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사표를 반려하고 비상임위원으로 활동케 해 공정성 논란이 또 일고 있다. 상임위원을 마치면 위원직을 아예 사퇴하는 게 관행이지만 대선이 40여일밖에 남지 않아 유임시켰다는 청와대의 해명도 수긍하기 어렵다. 조 위원이 6개월 전에 사의를 표명했는데 반려됐고, 국민의힘이 야당 몫으로 추천한 문상부 후보자 선출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2개월이 넘도록 국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평소 잘 보이지 않지만 선거철이 되면 여야 모두로부터 치열한 견제를 받는 곳이다. 위원장(총리급)과 위원(장관급) 9명이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관리·감독하는 구조다. 위상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모든 권력 선출의 심판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위원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3인씩 추천하고 청문회를 거치는 등 임명에 까다로운 절차를 두며, 서로 견제케 한 것도 중립성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립은 규정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기관 모두가 작은 의심이라도 받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중앙선관위는 이런 점에서 낙제 수준이다. 조 위원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특보’ 경력 논란으로 임명될 때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야당에서 ‘조해주 방지법’을 발의했을 정도다. 국회가 여당 몫으로 추천해 임명된 위원도 임명 과정에서 노골적인 친여 성향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선관위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교통방송의 ‘#1합시다’ 캠페인에 면죄부를 주고 야당의 ‘민생 파탄’ 구호를 금지시켰다. 얼마 전에는 여당 후보를 비판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에 주의 조치를 내리는 등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 선거 관리를 책임진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이 모두 여당 의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의 중립성이 훼손된다면 심각한 사회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