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예상과 달리 신라젠을 상장폐지했다. 지난 1년간 신라젠이 대주주와 경영진을 교체하고 투자금을 유치하며 나름의 개선 노력을 보였는데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신라젠 소액주주 17만여명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직원의 횡령으로 이달 초 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와 관련해서도 강경한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18일 신라젠이 제출한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 등을 검토하고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라젠이 제출했던 개선 계획이 미진하게 이행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특히 신라젠의 영업 지속성 여부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 중인 제품군 등이 불투명해 기업가치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음 달 개최될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신라젠이 이에 대해 해명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된다. 다만 코스닥시장위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져도 신라젠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신라젠은 2020년 11월 기심위에 개선 기간을 받은 후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지난해 7월 엠투엠에서 1000억원을 유치하며 최대주주를 바꾸고, 8월에는 경영진을 교체했다. 하지만 개선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받으며 기업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신라젠 측은 회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신라젠 관계자는 “상장폐지와 사업 계획은 별개 문제”라며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이날 홈페이지에 주요 임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유 주식이 한순간에 깡통이 된 신라젠 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신라젠 소액주주 17만4186명은 6625만311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성호 신라젠 소액주주 대표는 “거래소가 거래정지부터 상장폐지까지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며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신라젠 주식 거래 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이 향후 증시에서 완전히 퇴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바이오기업인 코오롱티슈진도 기심위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후 코스닥시장위에서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신라젠 상장폐지는 거래소가 검토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팀장 이모(45)씨가 221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3일 코스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신라젠처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뒤 기심위에 회부될 전망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