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들은 일찍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재정 정상화’ 채비에 나섰다. 위기에 대응해 대규모로 풀었던 재정을 정상화해 향후 발생할 또 다른 위험에 대비할 체력을 키우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연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여전히 확장재정 원칙만 고수하며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주요국 예산안’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본격적으로 재정 정상화 프로그램에 돌입할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각국은 코로나19 지원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거나, 재정준칙 적용을 다시 적용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관련 예외적 비상 지원 조치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강력한 재정 지원 조치를 실시했는데,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지원 제도를 점차 줄이던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2020년 9.1%까지 증가했던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2022년 4.8%로 안정화될 전망이다. 캐나다도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 지원 대부분을 종료한 상황이다. 대선 국면에서 소상공인 직접 지원에 50조원, 100조원을 투입하자는 공약이 쏟아지는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재정준칙’ 적용을 엄격하게 다시 적용하는 국가들도 있다. 사실 현재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 터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2023년부터 부채 브레이크 규정을 다시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독일은 이를 통해 지난해 9.0%까지 확대된 GDP 대비 일반정부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3.0%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2023년 -1.5%, 2024년 -0.5%에 이어 2025년에는 재정균형(0%)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영국도 의료 지출 관련 부담금 도입과 개정된 재정준칙 목표 운영 등을 추진 중이며, 2023년 법인세율 인상도 예고했다. 세입을 늘려 재정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를 표명한 셈이다.
허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재정의 확장성을 어떻게 점점 줄여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가 채무 비율이 빨리 늘어난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재정 운용 목표치를 설정해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