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 규명 수사에 나선 경찰이 다른 조사 기관과 합동으로 붕괴사고 현장에서 증거물 확보에 나섰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18일 오후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등과 합동으로 붕괴사고 현장인 화정아이파크 2단지 201동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수사본부는 지상에 떨어진 잔해물을 수거해 부서진 콘크리트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2단지 옆 1단지 및 203동 현장도 압수수색했다. 이는 추가 붕괴 우려 등으로 201동 39층 현장 접근이 어렵자 같은 날 콘크리트를 타설한 다른 현장의 시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경찰은 이와 함께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10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건축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우선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중에는 현장소장, 안전관리 책임자 5명 등 직원 6명이 입건됐다.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을 관리·감독한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1명과 공사 현장에서 이탈해 감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감리 3명도 추가 입건했다.
다만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다소 미뤄지고 있다. 원청 소환 대상자 대부분이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된 상황이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 경찰은 수색이 종료되거나,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수색에서 배제될 경우 이들을 곧바로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대검찰청은 중대재해 사건의 신속한 수사를 위한 중대재해 수사지원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문제는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참사의 경우 현장소장 안전부장 공무부장 등을 송치했고 일부는 구속했지만, 구속된 이가 현장소장에 그쳐 원청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도 마찬가지다.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에야 시행되는 탓에 이번 사고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처벌하려면 원청 관계자들의 과실이나 책임을 규명하고, 이 과정에서 원청의 연관성까지 밝혀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하기 48일 전 현장을 점검하고도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시공을 방지하려고 생겨난 공동주택 품질점검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은 지난해 11월 25일 화정아이파크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11일 발생한 붕괴 사고 48일 전으로, 23∼38층이 무너진 201동 건물은 당시 22층까지 콘크리트가 타설된 상태였다. 기술사나 건축사 등 인력 풀에 포함된 전문가, 입주 예정자, 현장 관계자들은 점검에서 30여건을 자문·권고했다.
주로 지하주차장 에폭시 접착, 외부 석재 마감, 창호 주변 코킹 등을 보완 또는 강화하라는 내용이 많았다. 공용 부분은 전문가들이 점검하고 전유부분은 2∼3곳을 표본으로 정해 육안으로 조사했다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사전 점검을 통해 하자나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고 보수해 입주 예정자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품질 점검단 활동이 형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본격적인 고층부 수색에 대비해 건물 21층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붕괴사고 8일째에 접어든 이날까지 실종자 수색과 구조는 지하 4층부터 지상 2층, 잔해가 쏟아진 건물 밖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임주언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