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반기 든 측근 드샌티스… 공화당 차기 권력 투쟁 서막

입력 2022-01-19 04:07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셧다운’ 조치에 큰 소리로 (반대를) 말하지 않은 걸 가장 후회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 인물은 미 공화당 잠룡으로 꼽히는 론 드샌티스(사진) 플로리다주지사다. 공화당 내 압도적 인기 정치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놓고 반기를 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크게 분노하며 그를 ‘둔한 정치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외신들은 공화당 차기 주자 자리를 위한 권력 암투가 시작된 것으로 1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14일 보수 성향의 팟캐스트 ‘루스리스(Ruthless)’에 나와 “코로나19가 국가를 폐쇄하게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경제 상당 부분에 대한 폐쇄 결정을 내렸을 때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훨씬 더 큰 소리로 반대하지 않은 것이 재임 시절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사석에서 “드샌티스 주지사는 개인적인 카리스마가 없고 성격이 둔하다”고 말했다고 악시오스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마스크나 백신 강제를 금지하고, 투표권 제한법을 추진하는 등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항해 온 대표적 보수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받아 2018년 주지사에 당선됐다. 플로리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2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지지세가 큰 곳이다. 그런 곳에서 중간선거를 앞둔 현직 주지사가 반기를 든 셈이다.

미 언론은 둘 사이의 균열이 공화당 차기 주자 자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드샌티스 주지사가 다음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짜증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드샌티스 주지사가 조력자처럼 행동하지 않고 미래의 경쟁자처럼 행동한다고 불평해 왔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때 트럼프 세력의 충성스러운 일원이었던 드샌티스 주지사가 칼을 휘두르면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내 퍼지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가 표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6 의회폭동 선동, 대선 사기 주장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 성향이 반트럼프 여론을 자극해 차기 대선의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드샌티스 주지사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양측 격차는 43% 포인트에 달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27% 포인트까지 줄었다. NYT는 “둘의 분쟁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직면한 광범위한 도전”이라며 “드샌티스 주지사의 저항은 세대 간 충돌과 충성도 시험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