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새해 학기 초 짧은 기간에 목돈을 벌어 1년을 버티는 데 정말 걱정입니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8일째에 접어들면서 인근 상인들이 생계 걱정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붕괴사고 직후 개점휴업에 들어간 금호하이빌 문구도매상가 상점 60여곳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음력설과 학기 초 대목을 놓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고현장과 불과 10여m밖에 되지 않는 문구 상가는 붕괴사고 당시 전신주 변압기가 파손되면서 한때 전기 공급이 끊겼다. 얼마 후 정전 사태는 벗어났지만 2차 붕괴 우려에 따른 대피명령과 함께 통제구역으로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발급받은 상가 통행증은 안전사고를 염려하는 사고수습통합대책위의 일방적 제지로 무용지물이 될 때가 적지 않다.
상인들은 18일 “문구류 도매는 학기 초 수익으로 1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 데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며 “그동안 현대산업개발과 지자체가 상인들의 끊임없는 민원 제기에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면 제2의 학동 참사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매장 내부에 날아든 콘크리트 덩어리 수십개에 맞아 정문과 간판, 철제 구조물 등이 부서진 곳도 부지기수다. 지하주차장이 폐쇄되면서 기존 계약한 납품을 할 수 없게 돼 오래된 거래처마저 남에게 빼앗길 처지다.
상인들은 실종자 6명 중 1명이 지난 14일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혹시 1명이라도 생환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한 채 더딘 구조작업이 며칠째 지루하게 이어지자 상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영업 정상화를 위한 기약도 영업 손실에 대한 대책도 없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꾸린 일명 현대아이파크 피해대책위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