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0조 쏟아붓는데 ‘밑 빠진 독’ 될까 우려

입력 2022-01-17 04:01
지난 12일 오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가 진단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연간 100조원가량의 예산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례해 나랏빚도 연평균 100조원씩 늘었다. 올해 역시 1월부터 14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코로나 예산 ‘쏟아붓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비상상황이라지만 지금까지처럼 양적 확대에 치중하기보다는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 편성 및 집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국민일보가 나라살림연구소 및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과 함께 올해를 포함한 3년치 코로나 예산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긴급 편성한 코로나 예산은 76조1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백신 구매 등 기존에 편성한 본예산을 합치면 지난 한 해에만 100조원 가까운 재정이 쓰였다. 2020년의 경우도 민생경제 대책과 4차례 추경을 합하면 100조원가량의 예산이 코로나19 대응에 사용됐다.


올해는 본예산부터 코로나19 대응 예산이 급증했다. 지난해 2조원대였던 코로나 관련 보건의료 예산은 9조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도 2조원이 넘게 편성된 상태지만 여당과 정부는 이 돈을 다 쓰기도 전에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1월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 재정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K방역은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발판이 됐다”면서 “영업제한으로 소득이 감소한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고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코로나 예산 중 상당 부분은 지역화폐처럼 투입 대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쓰였다. 소비가 제한된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준 전국민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올 때를 대비해서 우산을 준비하라고 하는데 비도 안 오는데 그냥 우산을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쓰인 코로나 예산 재원의 절반 이상은 빚으로 충당했다. 정부는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해까지 6차례의 추경을 통해 116조원을 조달했다. 이로 인해 재정건전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2020년 839조4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기준 1064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지출 구조조정 없이 재정을 남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미래의 부를 당겨쓰는 것으로 결국 갚아야 할 의무는 미래 세대에게 지우게 된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이종선 심희정 신재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