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2년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970조원이었다. 정권 초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겠다면서 넉넉히 잡은 전망치였지만 1000조원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2년 뒤인 지난해 말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가채무액은 1064조원이다.
나랏빚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코로나 사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인 양 적자국채 발행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은 지난해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수풍년’만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채무가 연평균 100조원씩 늘어나는 현상은 외면한 채 수십조원의 추가세수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초과세수 현상은 일시적일 공산이 크다. 지난해의 경우 부동산 양도소득세나 보유세수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동학개미’가 낸 증권거래세도 한몫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세제가 개편됐고 증시도 금리 인상으로 주춤하고 있다. 더 이상은 요행을 바라기가 힘들어졌다. 늘어난 세출을 감당하려면 20% 수준인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방식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향후 정부가 균형재정을 이루려면 다시 연평균 100조원의 예산을 줄여야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증세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비대해진 예산이나 수시로 편성하는 추경 관행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수 증가를 견인할 경제성장률 급등을 바라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7~2020년의 성장률은 -0.9~3.2%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본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8.6%에 달한다. 그나마도 추경과 같은 추가 재정 부담을 뺀 수치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는 3월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올해 본예산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세종=신준섭 심희정 신재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