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서 34년째 노숙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사업을 벌인 밥퍼나눔운동(밥퍼)이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불법 증축’으로 고발당했다. 인근 주민들은 시유지 건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밥퍼 측이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소외계층을 위한 선행’을 해왔다는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 운영 중단 대신 타협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10일 밥퍼 사업을 진행해온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를 최근 건축법 위반 혐의로 동대문경찰서에 고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최 목사는 2009년 시유지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4번지 일대에 임시건물을 짓고 매일 소외계층에 급식을 제공했다. 그는 1988년부터 답십리 굴다리 지하차도에서 무료급식사업 밥퍼를 운영한 빈민운동가다. 다일공동체는 지난해 6월 노후 시설 리모델링을 이유로 기존 건물을 3층에서 5층으로 확장하는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지역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더욱 커졌고, 동대문구청에는 매일 밥퍼 운영을 중단시키라는 내용의 ‘민원 폭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청량리역 일대 고층 주상복합건물 분양이 이뤄진 이후 혐오시설인 밥퍼를 없애라는 식의 민원이 하루 300건씩 쏟아졌다”고 말했다.
결국 동대문구청은 시유지에서 불법 증축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사 중지 명령을 2차례 내렸고, 최 목사가 공사를 이어가자 서울시에 고발을 요청했다. 이에 최 목사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거의 탈진 상태다. 다일공동체는 창립 34년 만에 최대의 위기 속에 있다”며 지난 6일부터 9박10일간의 묵언·단식기도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시유지 내 증축공사는 불법”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면서도 장기간 선행을 이어온 밥퍼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갈등을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부채납 방식으로 시유지 사용 허가를 받으면 향후 합법적으로 증축도 가능하다”며 “지원 가능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 목사도 “서울시와 협의가 잘 이루어져 17일 면담을 진행키로 했다”고 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