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불발… EU “LNG 운반선 독점 우려”

입력 2022-01-14 04:03
연합뉴스TV 제공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했다. 선박을 발주하는 화주의 대부분이 EU를 근거지로 하고 있어 사실상 인수합병(M&A)은 무산됐다. 3년을 끌어온 M&A가 물을 건너가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경영 정상화 시험대에 올랐다. 불승인의 결정적 이유는 한국 조선사에서 강점을 지니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에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경쟁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시장환경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나왔다고 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EU는 불승인 이유로 조선시장의 과점 가능성을 지목했다. EU는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두 기업이 결합하면 최소 60%의 시장점유율을 지닌 세계 최대 조선사가 탄생한다. 독점적 시장참여자가 나타나면 소비자 선택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EU는 LNG 운반선 시장이 독점 상태에 놓이는 상황을 우려했다. EU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LNG선의 공급 축소와 가격 상승이라는 명백히 예견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가 기업결합을 불승인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지주는 “비합리적이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LNG선 시장은 이미 삼성중공업, 중국 후동조선소, 일본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대형조선사와 러시아 즈베즈다 같은 유효한 경쟁자들이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특정 업체의 독점은 있을 수 없다”면서 EU 측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실제로 2020년 8월 ‘조건 없는 승인’ 판단을 내린 싱가포르 경쟁 소비자위원회도 조선시장의 이런 특징을 고려했다고 발표했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유럽의 객관적인 기관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기업결합이 LNG선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유럽 고객은 사실상 없었다는 점도 확인된 바 있다”며 유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최종 결정문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정부는 “기업결합이 처음 추진된 2019년에 비하면 최근 조선산업 여건은 크게 개선됐다. EU의 불승인 결정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2016년 1.4CGT까지 추락했던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4.7CGT까지 상승하며 불황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그간 글로벌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생산능력의 조정이 이뤄졌다”면서 “국내 조선사의 경쟁력이 확대되며 수주 점유율이 높아졌고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년을 끌어온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 여정은 막다른 길에 부딪히게 됐다. 정부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다.

김지훈 정진영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