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적 정체성은 충실히 지키되 종교만을 위한 종교가 아니라 세상을 품는 그리스도인이어야 한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13일 사회 통합과 화합을 위한 기독교계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교회 밖 세상에 대한 배려와 포용을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개신교를 포함한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나 “국민들 사이에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는 것은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통합의 사회를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의 자성인 동시에 종교계도 제 역할이 미진했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특히 오는 3월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6월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계가 사회 통합의 불쏘시개가 되어 달라는 요청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종교는 항상 사회성과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을 망각하면 정체성이 죽는다”면서 “세상과 동떨어진 기독교가 아니라 세상에 구원을 선포하는 마음을 사랑과 행동으로 펼칠 때 통합과 화합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인 안재웅 목사는 “최근 몇 년간 일부 극우 기독교 단체와 인사들의 비상식적인 행태가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교계 지도자들은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구순이 넘은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는 “특정 이념과 사상에 휩쓸려 기독교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막아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까지 배척해서는 우리 사회의 화합과 화해를 끌어낼 수 없다. 그들을 대화하는 대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이념·정파 간 대립에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거세지는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내비친 것이다.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필수 요건으로는 섬김을 꼽았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사회와 교회가 함께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일에 교회가 동참할 때 사회 통합은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면서 “주위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나 요즘 같으면 코로나19 방역에 교회가 적극 동참하는 것, 또는 선거에서 공정 선거를 위해 힘쓰는 일도 교회와 사회가 건강하게 화합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