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탈모 건강보험 적용 공약의 ‘재원’ 관련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여당도 구체적인 재정 소요를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선심성 공약에 사회보험 재정까지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은 공약 실현에 연간 7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이라 밝혔지만, 구체적으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탈모 인구가 몇 명인지, 지원 범위 등을 따지면 작게는 1000억원 미만에서 조 단위까지 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해주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만큼 재원이 넉넉하면 좋겠지만, 사회보험 재정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사회보험 장기 재정추계와 선제적 재정건전화 목소리도 높지만, 문재인정부에서 이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전 정부에서 8개 사회보험 재정 악화 대비를 위해 만든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협의회’도 현 정부 들어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협의회는 박근혜정부 때 사회보험 통합재정추계 논의를 위해 출범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보험 재정악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에서였다. 연금·보험별로 관련 법에 따라 2년에 1번 내는 재정추계가 서로 다른 변수를 전제로 하는 바람에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을 해소하고자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 사회보험관리공단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송언석 당시 기재부 2차관 주재로 회의가 열렸을 때 ‘7대 사회보험 통합 재정규모·수지 추계제도’를 도입하고, 재정추계 결과를 구체적인 재정안정화 조치와 연계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뒤 진척 여부는 깜깜한 상태다.
현 정부에서 회의 소관 국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 면도 있다. 첫 출범 당시에는 기재부 예산실에서 담당했지만, 2020년 4월 혁신국 소관으로 넘어갔다. 혁신국 관계자는 “2020년 4월 이후에는 관련 회의가 따로 열린 적이 없고, 내부 비공개 회의를 거쳐 2020년 장기재정전망 때 사회보험 재정 추계를 함으로써 갈음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8대 사회보험 추계 내용이 모두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예산실 관계자도 2020년 초 회의가 한번 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논의 결과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재정추계 작업이 속도를 낼수록 연금·보험 재정위기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