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에 1층씩 올렸다”… 무리한 시공이 부른 참사

입력 2022-01-13 04:00
외벽과 함께 내부 구조물도 일부 붕괴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가 12일 철골을 앙상하게 드러냈다. 소방당국은 이날 구조대원 등을 투입해 실종자 6명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당국은 13일 오전 수색을 재개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붕괴 사고는 거푸집(Gang Form·갱폼) 붕괴와 콘크리트 양생 불량 탓으로 추정되면서 결국 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6월 불과 6~7㎞ 떨어진 학동 철거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가 나왔지만 공사기간을 앞당겨 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한 건설업체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공동주택 시공 시 설치하는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외벽 등이 붕괴한 것이 직접 원인으로 추정된다. 현장 목격자와 전문가들은 붕괴 사고가 부실시공과 취약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보고 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의 바로 옆 동 공사에 참여한 한 작업자는 12일 “정확히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닷새마다 1층을 쌓아 올린 것으로 보였다”며 “해당 공정의 현장소장이 최근 서너 차례 잇따라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푸집 볼트 조임 등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 및 원인 조사에 나선 박영수 국토안전관리원장은 “기계실이 배치돼 구조가 다른 곳보다 단단한 23층에서 붕괴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위 속에 콘크리트 양생 불량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게를 지탱하는 아래층 콘크리트가 겨울철에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층을 쌓아 올리다 거푸집이 무너지고, 그 충격으로 건물이 순차적으로 붕괴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뒷북 점검도 여전하다. 관할 지자체인 광주 서구는 안전을 우려한 수차례 민원 제기에도 2019년 4월 사업승인 이후 소음·진동·비산먼지·작업시간 미준수 등을 이유로 14건의 행정처분을 통해 12건의 과태료를 부과했을 뿐이다.

실종자 수색 작업은 이틀째 성과 없이 중단됐다.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는 실리콘 작업자 3명과 소방설비 점검 2명, 배관 업무 1명 등 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종자 중 외국인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드론 9대, 구조견 6마리, 대원 15명을 투입해 수색했다”며 “붕괴 위험으로 저녁에는 수색을 중단하고 해가 뜨면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13일 지하4층∼지상1층, 2층∼38층을 재수색하고, 지지대가 망가진 건물 타워크레인의 조종석 일부를 해체하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모든 광주지역 건축·건설 현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은 “공기는 정상이고, 오히려 예정보다 빨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기가 촉박해 서둘렀다는 추측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양생이 덜 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검찰과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합동수사본부를 구성,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현장소장을 입건했다.

광주=장선욱 박장군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