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순위 9위 HDC 불신 고조… “안전불감증 심각” 비난 봇물

입력 2022-01-13 04:02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12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유 대표이사는 5분간의 사과문 발표 후 질의응답 없이 현장을 떠났다.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대형 사고를 일으키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9위인 유명 대형 건설사가 후진적인 안전사고를 잇따라 냈다는 점에서 이 회사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고의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광주시는 12일 즉각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일대 모든 건축·건설현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1986년 광주에서 처음으로 604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한 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를 포함해 현재 광주에만 5곳에서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광주시가 전면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현산 사업장의 공사 지연에 따른 입주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안전 문제로 공사 중단까지 맞은 것은 처음이다.

후폭풍도 거세다. 광주 북구의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이날 현대산업개발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도 이 사고를 ‘전형적인 인재’라며 건설사의 책임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학동 참사 시민대책위는 성명에서 “이번 사고 역시 안전은 도외시한 채 이윤만을 좇아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무리한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본질적으로 학동 참사가 되풀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의 광주시당도 일제히 현대산업개발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참사에 이은 두 번째 대형사고 책임자”라며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하며 피해 보상과 법적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시공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해 모든 법적, 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 안전불감증을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오전 사고 현장 인근에서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 저희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지난해 학동 참사 발생 이후에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광주를 찾아 사과하며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될 예정이라 경영진까지 구속될 수 있는 법적 처벌은 피해갈 것으로 보이지만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과 책임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재해 발생 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고로 외벽이 붕괴된 화정아이파크 입주 예정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무서워서 입주할 수 있겠느냐” “아예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 등 우려가 쏟아졌다.

광주=장선욱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