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45)씨의 여동생 집에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나머지 1㎏ 금괴 100개가 발견됐다. 부친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을 알게 된 이씨가 울면서 금괴 은닉 장소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2일 경기도 파주 이씨 여동생 명의 건물의 한 비어있는 호실에서 금괴 100개를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한국금거래소 파주지점을 통해서 금괴 855개를 구입했다. 지급되지 않았던 4개를 제외하고 851개 중 751개는 경찰이 앞서 두 차례 압수수색 과정에서 각각 이씨 은신처와 이씨 부친 자택에서 확보했다. 전날 이씨 부친은 경찰 출석을 앞두고 사라졌다가 10시간가량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경찰로부터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여동생 건물에 금괴를 숨겼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부친의 사망 소식에 이씨가 심경의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씨는 부친 사망을 포함해 가족들이 자신의 범행에 줄줄이 연루된 상황을 자책하며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하지 않고 자택에 숨어있던 이유에 대해서도 “지금 도망가면 영영 가족들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숨진 부친을 포함해 이씨 아내와 처제 부부, 동생 부부 등 6명이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아내와 처제는 업무상횡령·범죄수익은닉 혐의 공범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횡령에 가담한 공범의 존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 회장실 등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씨 상사를 포함해 함께 일했던 재무팀 직원 5명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일부는 “이씨가 지시해 PDF 편집 프로그램으로 잔액을 바꾸는 방법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횡령 후 주식에 투자해 761억원을 잃었다. 그는 143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한 동진쎄미켐을 포함해 지난해 3월 이후 42개 종목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금 회수를 위해 처분하지 않은 주식 252억원을 동결하고 금괴와 현금, 부동산, 리조트 회원권 등에 대해 기소 전 몰수 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친상을 치르겠다며 이씨가 신청한 구속집행정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중에 검거된 점을 고려해 안타깝지만 신청을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