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가격이 평년 대비 70%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해 늦더위에 갑작스러운 한파까지 찾아오면서 출하량이 줄어든 탓이다. 비싸진 딸기 대신 감귤, 샤인머스캣 등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겨울철 과일값이 일제히 오름세를 탔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딸기 100g 소매가는 2591원으로 평년(1515원)보다 71.1%나 뛰었다. 도매가는 2㎏에 3만8100원으로 평년가(2만6162원)와 비교해 45.6% 올랐다. 대형마트에서는 딸기 500g 한 팩이 1만3000~2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000~8000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 1만원 선을 넘었다.
딸기값이 치솟은 배경에는 날씨가 자리한다.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장마가 길어지고 기온이 높았던 영향을 받았다. 주산지인 호남 지역에서는 추석을 지나서도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위황병, 시들음병, 탄저병 등 병해가 예년보다 많이 발생하면서 9월에 하우스로 옮겨심은 딸기 모종 상당수가 고사했다. 새로 모종을 심어야 하다보니 농가에서는 모종 품귀현상도 벌어졌다.
여기에다 지난달부터 한파가 찾아오면서 일조량이 줄어 열매 맺히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딸기는 하우스 재배를 하는데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다. 하우스에서 온도 조절은 할 수 있어도 광량은 어쩔 수가 없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4차례 정도 수확하는데, 날씨가 흐려지면서 두번째 수확 물량이 40~50% 가까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딸기값이 오르자 대신 감귤과 샤인머스캣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감귤 도매가(특품 3㎏)은 12일 3만1983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12일(2만3500원)보다 36% 올랐다. 샤인머스캣 도매가(특품 2㎏)는 24% 오른 3만9602원이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겨울철 대표 제철과일인 딸기가 공급 부족으로 높은 시세를 이어가자 그 대안으로 샤인머스캣을 찾는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늘면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 샤인머스캣이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2021년산 물량이 조기 소진돼 올해 상반기 판매할 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겨울철 과일의 가격 상승세는 설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달 중순부터 딸기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체품목인 감귤, 샤인머스캣 가격이 전년 대비 높고 설 연휴 소비로 이달 중순 이후 가격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